[배틀트립] 지식, 음식, 의식이 어우러진 설민석의 부산 역사 투어
배틀트립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설민석과 떠나는 역사 여행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원래 챙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었는데 지나가다가 부산의 모습이 보여서 시청하게 되었어요. 제가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본에서 지낸 3년을 제외하고 떠나 본 적이 없는 지역이라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부산이에요. 제가 알지 못하는 부산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청하게 되었어요. 누군가 부산 여행하면 어딜 가야하냐고 물어볼 때 알려주고 싶을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오프닝에서 김숙이 부산에 와서 다니는 코스를 얘기했는데 거의 90% 이상이 먹는 것이더라고요. 돼지국밥, 씨앗호떡, 회 등 음식쪽으로만 집중되는 것 같아서 설민석 선생님이 계획한 부산여행이 더욱 궁금해지졌어요. 사실 저도 부산에 오래 살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곳도 많기 때문에 이번 방송을 보고 가보려는 생각도 있었고요.
대한민국 제 2의 수도로 불리는 부산은 전쟁 당시 대한민국 임시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설민석 선생님께서는 첫째 날에는 부산 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는 일제 강점기, 광복 후, 한국전쟁, 1970년대에 대한 것을 알아보는 여행을 하고, 둘째날에는 6.25 전쟁에 초점을 맞춰서 여행 코스를 짰다고 해요. 그 중간중간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에 대한 것들도 물론 들어 있어요. 부산의 역사와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부산 역사 투어 그 첫번째 날의 코스는 구포 만세 거리, 소막마을(밀면), 임시수도 기념관, 보수동 책방 골목, 곰장어 그리고 두번째 날의 코스는 돼지 국밥,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흰여울마을로 진행되었어요. 이 코스를 여행한 것은 정시아 그리고 오승은 두명이서 진행했어요.
이들은 부산역이 아닌 구포역에 내려 여행을 시작했어요. 구포역에 정차하는 열차의 수가 조금 적기는 하지만 7000원정도 절약할 수 있어요. 구포역에 내린 이유가 있어요. 3.1 운동 하면 탑골공원이 먼저 떠오르는데 부산에서는 이곳 구포에서 만세운동을 했어요. 부산에서 만세 운동을 한 날은 3월 29일이었는데 이날이 구포 장날이었던 거에요. 장날에 모인 1200명의 부산 시민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거에요. 구포 만세 거리는 구포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요. 만세 거리는 365일 태극기가 걸려있다고 해요. 사실 저도 만세 거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한번도 방문해 보지 않아서 외워 뒀다가 한 번 가볼 계획이에요.
<구포역ㅋㅋ커피>
두번째로는 우암동 189번지 소막마을 이라는 곳을 방문했어요. 소막마을은 소의 막사로 된 마을이라는 뜻이에요. 일제 강점기에는 소 막사였던 마을이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란민들의 임시 거주지가 되었다고 해요. 소 막사에 피란민들이 살았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라고 해요. 예전에 다녔던 중학교가 우암동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암동 옆 감만동에서 어릴때부터 중학교때까지 살았었지만 전혀 몰랐어요. 가까운 곳일수록 더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이곳은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둘러보라고 하네요.
그리고 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중의 하나인 밀면을 먹으러 가요. 사실 부산에 밀면집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갔을지 기대하면서 보게 되었어요. 가보지 못한 가게라면 기회가 될 때 가보기 위해서죠. 밀면은 1919년 함경도 흥남에 있는 한 냉면집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한국전쟁이 터지며 흥남에 있던 냉면집 식구들이 부산으로 피난을 오게 되었어요. 냉면의 재료인 메밀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미국의 원조 물품중에 밀가루가 많아서 재료로 사용해 밀면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요. 소막마을 근처에 최초의 밀면집이 있다고 해요. 흥남철수 후 1953년 우암동에서 다시 문을 열고 지금까지 4대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밀면집이라고 해요. 진짜 원조 밀면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에요.
밀면도 냉면과 마찬가지로 물과 비빔이 있어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암동의 밀면집을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면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몇군데 좋아하는 밀면집이 있는데 기회봐서 이곳도 한 번 방문해 봐야겠어요. 예상대로 모르던 곳들이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3일만에 서울을 뺐겼어요. 당시 정부는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부산으로 피란을 오게되고 그후 1023일 동안 부산은 임시 수도가 되요. 당시 대통령이 머물던 곳을 경무대라고 불렀는데 부산에 있는 그때의 경무대 자리가 바로 임시수도 기념관이에요. 대학병원에 진료 받으러 자주 갔었는데 한 번 들러볼걸 하는 아쉬움이 좀 있네요. 임시수도 기념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가지를 않았네요. 위치는 위 지도를 참고해 주세요. 임시 수도 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월요일이 휴무라고 해요. 이곳은 원래 경남도지사 관사였다가 임시 수도였을 때 대통령 관사로 사용이 되었어요. 대통령 관저 뒤에 전시관이 따로 있어요. 당시 피란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곳이에요.
한국전쟁으로 많은 피란민들이 내려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피란 학교가 많이 생겼어요. 학교가 생기면서 주변에 책방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하네요. 보수동이 원래는 부산지역의 일본인 밀집 지역이었다고 해요. 전쟁이 끝나고 일본인들이 떠나며 남겨둔 책을 수거해 팔기 시작하면서 보수동 책방 골목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현재 30여개의 책방이 있는 헌책방이에요. 헌 책을 팔 수도 있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책방도 많아요.
다음으로 가는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는 자갈치 시장이에요. 부산 자갈치 시장의 역사는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올라가요. 강화도 조약은 일본과 체결한 조선 최초의 근대 조약이자 불평등조약이라고 해요. 그 내용은 부산 먼저 개항한 후 항구 두개를 더 개항한다는 거에요. 개항후 형성된 어시장이 자갈치 시장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고 해요. 이후 한국전쟁 때 몰려든 피란민들로 활성화 되기 시작한 시장이라고 해요. '자갈치 시장'이란 이름은 1970년에 생겼다고 해요. 이곳에서 유명한 것중 설민석 선생님이 하나를 고른것이 바로 곰장어에요.
자갈치 시장 회센터 뒤쪽으로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요. 야경도 꽤 이쁘니까 들러보세요.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전망대도 추천드려요. 자갈치 시장은 회, 생선구이, 곰장어가 유명해요. 못생기고 질긴 생선이라고 먹지 않던 곰장어였는데 한국전쟁 이후 먹을게 없어서 먹기 시작했다고 해요. 시장 안에 곰장어 골목이 있어요. 늘 꼼장어라고 했는데 곰장어의 경상도 사투리였네요. 저는 자갈치 시장은 조금 멀어서 부전역 앞쪽에 있는 주차장 꼼장어 가게를 제일 많이 갔었어요. 꼼장어 가게를 마지막으로 첫날 여행을 마무리 지었어요.
둘째날은 돼지국밥을 먹는것으로 시작했어요. 돼지 국밥 역시 피란의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요. 소뼈를 우린 진한 설렁탕이 그리운데 소뼈를 구하기 쉽지 않은 전쟁 당시라 상대적으로 흔한 돼지 뼈로 설렁탕을 끓인것이 돼지 국밥의 시작이라고 해요. 이들은 남포동 국제시장 안쪽에 있는 돼지국밥집으로 갔어요. 가게 별로 돼지국밥이 나오는 방식이 달라요. 밥을 말아서 나오거나 따로 나오는 곳, 국물에 다대기가 들어가 붉게 나오는 곳과 하얗게 나오는 곳등 다양해요. 부추는 보통 따로 나오는데 원하는 양을 넣어서 먹으면 더욱 맛있어요. 위 사진의 제일 왼쪽은 사상에 있는 합천 돼지국밥 이라는 가게에 있는 돼지 우동이에요. 밥대신 우동면이 들어서 나오는데 이곳은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밥통이 따로 있어서 우동으로 한 번 즐기고 밥을 말아서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어요. 기회가 되시면 한 번 가보세요~
그리고 방문한 곳은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에요.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 아미동이에요. 그러나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면서 묘지를 채 수습하지 못하고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도망을 쳐 묘지터만 남게 된 거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란민들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묘지 위에 집을 지었던 거에요. 화면을 통해 보니 계단 축대 사이사이를 비롯해 곳곳에서 비석들이 보이더라고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더라고요. 저도 방문한 적이 없어서 조만간 한 번 가보려고 해요.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부산의 산토리니 흰여울 문화마을도 방문했어요. 원래 주거지로는 부적합한 곳인데 피란민들이 이곳까지 밀려와서 살게 되었다고 해요.
흰여울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교 영도대교를 건너야 해요. 매일 1회 오후 2시 정각에 15분간 다리가 들려요. 시간 맞춰 방문하시면 직접 보실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원활한 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되었어요. '하늘로 솟구치는 다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졌다고 해요. 당시 피란민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이용되었다고 해요.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유명하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등의 영화도 찍었어요. 사진 찍기 좋은 곳도 많이 있고 카페들도 많이 생겨서 전보다 더 좋아졌더라고요. 마을 아래로 내려가면 절영 해안 산책로가 있어 바다 옆을 걸으며 흰여울 마을을 올려다 볼 수 있어요. 벼랑 끝 절망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탈바꿈한 곳이에요.
출연진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은 영도에 있는 고등어 초회였어요. 숙성된 고등어 회를 먹더라고요. 저는 영도에서 먹어본 적은 없고 송도에 있는 부산 고등어에서 먹어봤어요. 부산 고등어의 숙성회와 숙성초밥도 맛있어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영도는 사실 집에서 가깝지가 않아서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맛보러 한 번 가봐야겠어요. 직접 맛보고 느껴보고 싶네요.
먹거리 같은 경우는 저도 가게는 달라도 다 먹어본 것들이라 새로운 느낌보다는 방송에 나온 가게를 한 번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곳들이 부산에 많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부산 토박이지만 아직도 가보지 않은 곳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시간 여유가 많을 때 하나하나씩 방문해보고 느껴보도록 해야겠어요. 부산의 좋은 곳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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